무게있는 책

‘너 머리 좀 빈것같다.’ 멍하니 몇 분이라도 있으면 그런 말을 듣는다. 머리가 꽉차있거나 비어있거나. 지식에 무게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그런 연구도 있었던 것 같다.

한국사람들이 옛날에 너무 많은 자신감을 갖기 이전, 일본에 대한 경쟁심과 동경심이 강했던 시절이 있었다. IMF위기를 겪고 나서 우리는 많이 바뀐 것 같다. 많이 꺾였기에 잃어버린 자신감이 있는 반면에 그후로 많이 일어섰기에 생긴 자신감이 있다. 길어지기에 여기서는 그런 얘기는 접어두고 왠지 그 후로 일본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인상이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늘어난 것 같다는 얘기만 해두자.

실제로는 어떨까. 현실은 타는 시간, 타는 노선, 보는 사람의 시각과 마음갖임에 따라 다르고 책이 아니더라도 핸폰으로 매체가 바뀌긴 했어도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집에서 학교나 직장으로 가기 위해 이동해야하는 지하철의 거리와 시간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심한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문화는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갈길이 멀면 할 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 중에서도 제일 편한건 책을 읽는 거다. 뭐 그리 대단한가. 그럼에도 외국인 눈으로 봤을 때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그 사람 많은 전철에서 서서 책을 보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흔들리는 전철에서 뭔가 열심히 사는 듯한 그런 경치. 그것이 참 특징적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덜 책을 읽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었다는 의미의 지식수준에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좀 적지 않나 싶다. 왜일까.

단순히 난 책의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전철에서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주로 청바지 주머니에 들어갈 작은 문고라고 불리는 책을 읽는다. 책의 무게보다 내용이 중시되어 어떤 고전도 최근의 소설의 많은 책들이 작고 가벼운 문고로 출판이 되어 있어, 편하게 소설을 읽을 때도 천천히 철학책을 볼 때도 그냥 작은 문고 책 하나만 들고 서 있으면 된다. 한 손으로도 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무거워야 뭐 좀 있어보이지 않는가. 그렇기도 하다. 한국에서 문고판의 작은 책을 일본처럼 출판하려다 실패한 사례를 몇 안다. 그 때 나의 많지도 않은 친구들의 의견은 다 한결같았다. 무거워야 좀 찬 것 같잖아. 뭐 그렇다고 무거운 책을 먹고 두뇌를 키울 순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 하나만 작은 책을 몇 사봤자 한글로 되어있는 문고판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어서 잠자코 있었다.

실은 한국 뿐만도 아니다. 내가 어떤 국립대학에서 강사로 불리게 되어 나의 이력서를 낸 적이 있다. 나를 추천해주신 교수님께서이력서에 넣을 논문이 있냐고 물으셨길래 적었다. 제목 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어 간략하게 내용을 적어 보내려 했더니 그럴 필요 없고 페이지수만 적으라 하신다. 페이지수가 많아야 있어보인다고, 교수회의에서도 페이지수가 적으면 업적으로 치지않는 경우도 있다고. 특히 사회과학에서는 그렇다고 하셨다. 물론 페이지가 많다고 내용이 알찬 건 아니겠지만 유명 국립대학 교수님쯤 되면 쓸데없이 페이지만 많게 하는 건 지적 자존심이 그걸 허용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페이지수를 적었다. 다행히 20페이지를 넘는게 있구나 하며 교수님은 안도하셨던게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역시 작은 책을 좋아한다. 그건 물론 내가 대표적인 한국남자의 신장에 못미치는 작은 체격 때문 만은 아니다. 힘이 없어무거운게 싫어서도 아니다. (참고로 대머리가 되어가고 있는건 머리카락이 무거워서 일부러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어쩔수 없는 운명이다) 그냥 작고 알차면 부담없이 데리고 다니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책이 닳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책을 모집하는 건 좋아해도 읽는 걸 좋아하는게 아니다. 평생 갖고있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그리고 그리 좋은 책이 달면 하나 더 사면 되지 않은가. 표지가 바뀐다고 폰트가 바뀐다고, 그리고 매체가 바뀐다고  우리의 두뇌에 들어가는 지식이 달라지는가. 더군다나 좋아할 정도로 많이 읽은 책이 그런 외적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건, 조금 생각하면 한마디로 웃긴다.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큼직한 한국의 책들에는  크고 무거울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현명한 국민이 그걸 고대로 두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란 그런 효율성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가.

아하. 내가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험한 세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공부만 하지 말고 운동도 좀 하라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도 읽으면서 무거운 것도 들고 다니면서 지식을 얻음과 동시에 근력을 키움으로서 일거양득을 꽤하는게 아닐까. 그것이 출판사와 그걸 사가는 부모님, 학생들의 깊은 뜻 아닌 “책”략임을 나는 여태 왜 몰랐을까.

그 책략에 빠지지 않은채 나는 오늘도 가벼운책을 들고 무거운 마음으로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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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テゴリー: [한] 수필   パーマリン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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